‘못난이 채소’ 전성시대

맛 좋고 가격 저렴해 일석이조… 최근 3년간 매년 60%씩 성장

경기 성남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김정명(52)씨는 올해부터 아이들 오전 간식으로 과일을 내놓을 때마다 흠과(欠果), 즉 못난이 과일을 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과일이 13억t쯤 된다고 들었어요. 그 말에 일부러 못난이 과일을 사봤는데 20~30%가량 싸고 맛도 괜찮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생김새로 속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까지 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죠(웃음).”

‘못생겨서 죄송하다’는 것도 이젠 옛말. 요새는 못생기면 대접받는다. 최근 못난이 농작물이 식음료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네덜란드·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미 B급 과일만 취급하는 전문점이나 이를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음료·유통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열풍은 2016년 네덜란드 두 여성이 못난이 농작물로 만든 채소 수프 ‘크롬 코머(Krom Kommer·비틀린 오이라는 뜻)’에서 시작됐다. 예쁜 비닐 포장재에 담긴 수프는 판매 두 달 만에 3만유로(약 4000만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못난이 농작물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 ‘파머스페이스’는 국내에서 못난이 농작물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벌이는 업체로 꼽힌다. 못난이 과일로만 주스나 빙수를 만들어 파는 카페 ‘열매가 맛있다’를 운영하는가 하면, 올해 초부터는 싸게 농작물을 사고 싶어하는 식음료 업체나 음식점에 도매로 못난이 농작물을 납품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이 업체 서호정 대표는 “파는 사람은 버릴 과일을 팔아서 좋고, 사는 사람은 기존 농작물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좋으니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 아니겠느냐”고 했다.

온라인 상거래에서도 못난이 과일은 점점 더 많이 팔리는 추세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못난이 과일은 매년 60%씩 더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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